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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목소리

하청노동자 직접고용이 불공정? [왜냐면]

 

출처: <한겨레신문> 왜냐면 2026-03-30 19:44

 

김태욱 |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

 

 지난해 6월 김충현 노동자가 산재 사망 사고를 당한 충남 태안화력발전소는 2018년 고 김용균 노동자가 숨진 곳이다. 둘 다 하청노동자였다. 외주화가 떨어짐, 끼임 등 산재 사고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은 통계적으로도 확인됐고, 판결문에서도 직접 인용하고 있다. 이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과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반복되는 하청노동자의 죽음은 안전조치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그래서 해결책으로 다단계 하청구조를 근절하고 하청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고 김충현 사망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발전산업 고용·안전 협의체’(김충현 협의체)도 고 김충현의 동료들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러한 합의에 대해 불공정하다는 주장들이 있다. 과연 그러한가?

 

이 합의는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를 위하여 필요한 인력은 직접 고용하여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직접 고용 원칙’은 헌법상 근로권(제32조 제1항)과 노동3권(제33조 제1항)에 근거를 둔다는 것이 학계의 다수 견해다. 이러한 취지는 1944년 국제노동기구(ILO)의 필라델피아 선언에서도 노동의 기본 원칙으로 확인된 바 있다.

 

우리나라는 법률에서 파견을 금지하고 있는 생산·기능직 노동자들을 외주화한 경우가 매우 많은데, 이에 대하여 2010년 대법원이 불법파견으로 인정한 직접 고용 간주 판결(현대자동차 판결)을 내렸다. 고 김충현의 동료들이 지난해 8월2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받은 판결도 같은 취지의 판결이다.

 

이러한 수많은 불법파견 판결들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형해화된 직접 고용 원칙을 다시금 회복하려는 법적 정의를 둘러싼 치열한 다툼과 논쟁, 그리고 하청노동자들의 피와 땀의 결과다. 이러한 여러 법률·정책적 근거들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어떤 노동자의 노동을 상시·지속적으로 이용하여 이익을 얻는 자가 그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은 이익을 보는 자가 그에 대한 책임도 있다는 상식적인 명제에 기반해서도 설명이 된다. 게다가 외주화로 인해 재래형 산재 사고가 줄지 않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고 김충현의 동료들은 한전케이피에스(KPS) 정규직과 동종·유사 업무를 수행해왔다. 이에 대하여 어떤 이들은 ‘정규직의 업무와 하청노동자의 업무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완전히 동일한 업무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한전케이피에스 정규직들의 업무도 당연히 모두 동일하지 않다. 대법원은 불법파견으로 인한 직접 고용 사건에서 일관되게 “수행하는 업무가 서로 완전히 일치하지 아니하고 업무의 범위 또는 책임과 권한 등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주된 업무의 내용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이들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파견과 상관없는 차별 사건에서는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원칙이 헌법(제11조 제1항)상 평등원칙에 근거한 것이라고도 하였다. 이 원칙은 국제노동기구와 세계 많은 국가에서 보편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노동법의 중요 원칙이기도 하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도 정규직 전환 이후의 근로조건에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의 취지를 반영하도록 명시했다.

 

고 김충현의 동료들이 한전케이피에스 정규직과 동종 유사 업무를 수행했고, 최소한 동일가치노동을 수행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고 김충현의 동료들에게 원청 정규직들과 동등한 근로조건을 적용하는 것이야말로 공정한 것이 아닐까? 보다 정확히 말하면 이들은 오랫동안 더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저임금을 감수해왔기 때문에 그만큼 더 보상해야 공정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1심 판결도 이와 동일하게 판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 김충현의 동료들이 정규직들과 동등한 근로조건을 적용받는 것이 불공정하다고 하는 것은 차별이 너무 일상화되어서 마치 그게 원칙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 노동법뿐 아니라 국제노동기구 등 국제적으로도 인정되는 직접 고용 원칙, 차별금지 원칙이 현실에서 거의 준수되지 않아 이것이 예외적인 현상이 된 것이 뼈아픈 현실이다. 그럼에도 전도된 현실을 근거로 직접 고용 원칙과 차별금지 원칙을 구현하는 것이 불공정하다고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말하는 것이야말로 불공정을 지속시키는 불공정한 일이다. 김충현 협의체의 합의 내용은 불공정한 현실을 발전산업에서나마 공정하게 바꾸려는 최소한의 시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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